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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만난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명박 | 2017.06.26 | N0.97
21. 신아시아 외교 Ⅰ: 중앙아시아

‘신아시아 외교’를 선언하다

2009년 3월 2일부터 8일까지 7일간의 일정으로 뉴질랜드, 호주, 인도네시아 3개국 국빈 방문이 있었다. 마지막 날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에서 나는 ‘신아시아 외교’ 구상을 발표했다. 취임 첫해인 2008년 나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4강 국가와의 외교에 집중했다. 그 결과 이들 국가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등 많은 성과가 있었다. 이 같은 4강 외교의 성과를 바탕으로 2009년 들어 우리 외교의 지평을 더욱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지금까지 우리의 아시아 외교는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강국에 편중되어 있었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고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남태평양 지역으로 아시아 외교의 지평을 넓히자는 것이 신아시아 외교의 골자였다.

당시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로 미국과 유럽 등 서구 선진국들이 주춤하면서 아시아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었다. 이 같은 아시아 국가들과의 외교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과 지위를 격상시키고 재편되는 국제질서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신아시아 외교 구상에 담겨 있었다.

그 일환으로 아세안 국가들뿐 아니라 중앙아시아를 비롯한 여타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 교류를 확대하며, 금융위기와 기후변화 등 범세계적 이슈를 위해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 적극 협력해 나가고, 우리의 개발 경험을 아시아 지역 개도국과 공유하여 맞춤형 경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자 했다.

이에 따라 2009년의 첫 해외 순방을 호주, 뉴질랜드, 인도네시아로 정하고 3월 8일 인도네시아에서 신아시아 외교 기조를 천명한 것이다. 또한 5월에는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방문했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한국의 신아시아 외교를 환영하며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5월 11일 정상회담을 가진 우즈베키스탄의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은 회담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펼치는 신아시아 정책이 옳다”며 “우리가 지리적으로는 먼 거리를 두고 있지만 양국의 협력 관계는 더욱 발전해나갈 것”이라 말했다.

카자흐스탄 카림 마시모프 총리도 5월 13일, “한국의 신아시아정책은 흥미로운 구상”이라며 “카자흐스탄도 한국의 신아시아정책 구상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한 나는 한·아세안, 아세안+3 및 동아시아정상회의 등 아시아지역 관련 협의체에도 적극 참여하여 신아시아 외교를 펼쳤다. 그 결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으며 역내협력 기반을 강화했다.


매년 만난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취임 초 국제유가는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었다. 2008년 초 배럴당 90달러 수준이었던 유가는 불과 6개월 만에 최고 150달러까지 치솟았다. 중국, 인도 등 신흥국들의 경제성장에 따라 에너지 자원에 대한 수요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었다. 에너지 안보에 대한 대책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이었다.

400억 배럴이 넘는 석유 매장량을 보유한 중앙아시아는 우리의 최대 에너지 수입원인 중동 지역을 대체할 새로운 공급원 중 하나였다. 중앙아시아는 중국, 러시아, 인도 등 브릭스 국가들에 이어 차세대 신흥시장으로 부각되고 있어 협력의 잠재력도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2009년 5월 10일, 나는 신아시아 외교의 일환으로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을 방문하기 위해 출국했다. 중앙아시아 방문 일정을 잡는 과정에서 이들 두 나라는 서로 자국을 먼저 방문해달라며 치열한 외교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국빈 방문으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공항에 도착했다. 우즈베키스탄은 인구 규모 면에서 중앙아시아의 최대 국가이며, 정치적·경제적·역사적으로도 중앙아시아의 핵심 국가 중 하나였다. 특히 카리모프 대통령과는 서울시장 시절 명예시민증을 수여한 인연이 있었다. 카리모프는 2008년 2월 내 취임식 때도 한국을 방문해 축하해주었다.

공항에는 카리모프가 직접 영접을 나와 있었다. 방문 첫날에는 우리 동포들을 만났고 다음 날인 5월 11일 카리모프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카리모프가 먼저 말했다.

“대통령께서 펼치고 계신 신아시아 외교에 대해서는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은 그 정책을 지지하고 협력할 의향이 있습니다.”

당시 우즈베키스탄은 대한항공과 함께 나보이에 국제 물류 허브를 조성하는 사업을 준비 중이었다. 이와 함께 나보이 지역에 자유산업경제특구를 조성하고 있었다. 카리모프는 경제특구 사업에 한국이 협조해주기를 요청했다. 나는 카리모프에게 우즈베키스탄의 중점 사업에 대한 견해를 전했다.

“나보이 자유산업경제특구에서는 미래에도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산업을 유치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신성장 동력으로 이동통신 사업을 생각해보십시오. 지난해 12월에 페루의 알란 가르시아 대통령을 만났을 때 이동통신 분야를 제안했더니 삼성과 LG 등 한국기업들과 벌써 시작을 했습니다. 가르시아 대통령은 이동통신 사업을 확장하여 콜롬비아에까지 연결시키려 합니다. 우즈베키스탄이 먼저 시작하면 중앙아시아는 물론이고 러시아까지 아우르는 이동통신 사업의 중심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자 카리모프가 말했다.

“대통령의 제안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삼성과 LG의 전자제품들은 우즈베키스탄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삼성과 LG가 이동통신 분야에서 우즈베키스탄에서 활약하는 데 전혀 제약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카자흐스탄을 포함한 중앙아시아와 러시아 남부지역, 이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 전체 지역까지 포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보이 경제특구는 한국 기업 위주로 구성이 될것입니다.”

이어 카리모프는 한국을 방문했을 때 내가 제안했던 사업도 언급했다.

“대통령께서 언급하셨던 석유화학 분야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겠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우즈베키스탄에 가스화학 공장을 건립함으로써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카리모프는 단독 정상회담 후 확대 정상회담에서 나보이 자유산업경제특구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투자에 파격적인 특혜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삼성, LG 등 이동통신 분야의 첨단 기업들이 경제특구에 진출하기를 희망했다.


우즈베키스탄에 미국과의 대화를 권하다

이날 나는 카리모프에게 그동안 악화되어온 미국과의 관계를 지혜롭게 풀어나갈 것을 조언했다. 2006년 미국이 우즈베키스탄을 종교 탄압국으로 지정한 이래 양국 간 대화가 단절되면서 관계가 계속 악화되어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으로 갈 군수물자를 실은 비행기의 중간 기착지로 우즈베키스탄 나보이가 적합하다고 보고 이를 위한 대화 창구를 모색하고 있었다.

미국은 카리모프와의 관계가 각별한 내게 도움을 요청했다. 카리모프는 오랜 정치 경험과 막강한 정보력을 가진 정상이다. 그와 만날 때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에 대해 심도 깊은 토론을 했다. 그날도 미국과 관련된 국제정세에 대해 우즈베키스탄이 어떤 생각으로 대응해왔는지를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나는 카리모프에게 과거의 악연이 있지만 우즈베키스탄의 안보와 경제를 위해 미국과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 좋다고 설득했다. 장시간 의미 있는 토론이 이어졌다. 내가 우즈베키스탄을 떠나기 전,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카리모프는 미국과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미국과 우즈베키스탄 사이의 껄끄러운 문제는 원만히 해결됐고,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부 장관이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하기도 했다.

사흘간의 우즈베키스탄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마지막 날인 12일, 우즈베키스탄의 고도(古都)이자 제2의 도시인 사마르칸트에 들러 문화 유적지를 둘러봤다. 기원전 8세기경 도시국가로 출발한 사마르칸트는 고대 실크로드의 교차지로 동서 문화 교류의 중심지였다. 15세기경에는 중앙아시아와 아랍 일대에 대제국을 건설한 티무르 제국의 수도이기도 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 방문에 앞서 사마르칸트 도시 전역에 걸쳐 미화 작업을 했다고 한다. 이후 사마르칸트에 간 한국 관광객들은 지역 주민들로부터 이명박 대통령이 방문한 이후 도시가 아주 깨끗하고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다고 한다.
이날 오후에는 카리모프가 주최한 송별 오찬에 참석했다. 

“대통령께서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해주셔서 제가 고맙습니다. 만일 대통령께서 안 오셨다면 저는 계속 집무실에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오신 덕분에 저도 이렇게 현장을 다녀볼 수 있었습니다.”

카리모프는 3일 동안 나의 모든 일정에 동행했다. 그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인데 내가 부담을 가질까 봐 하는 말 같았다.

나는 2011년 8월에 한 번 더 우즈베키스탄을 국빈 방문했다. 카리모프는 2010년 2월과 2012년 9월에 한국을 두 차례 더 다녀갔다. 2012년에는 특별한 의제가 없었음에도 퇴임을 앞두고 꼭 만나고 싶다고 방문했다. 그가 “한국은 왜 단임제냐”며 “대통령직을 떠나더라도 계속 만나자”고 할 때는 양국 관계를 떠나 인간적으로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내 재임 기간 동안 한·우즈베키스탄 간 역대 최대 협력 사업인 40억 달러 규모의 수르길 가스전 개발과 화학플랜트 건설 사업이 결실을 맺었다. 우리의 뛰어난 기술력과 우즈베키스탄의 풍부한 자원이 결합된 이 사업은 양국이 상생 발전하는 바람직한 협력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양국은 에너지, 자원 분야뿐만 아니라 녹색성장, IT, 의료보건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이 물류 허브로 육성하기 위해 역점을 두고 있는 나보이 공항 현대화와 복합물류 허브화 사업도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나보이 공항은 당시 항공화물 운송 1위였던 대한항공이 위탁운영한 지 3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고, 나보이 경제특구의 관문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편 한국은 2년에 한 번씩 하는 유엔 전자정부 평가에서 2010년과 2012년 연속으로 1위를 했다. 카리모프는 2012년 9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우즈베키스탄도 전자정부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다며 내게 도와달라고 했다. 이후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이 우즈베키스탄을 두 차례 방문하여 교섭을 벌였다. 그 결과 김남석 전 행정안전부차관이 우즈베키스탄 정보통신기술(ICT)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영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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